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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유학, 이민을 결정하기 전 가장 궁금한 부분은 그곳에 먼저 간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아닐까요? 몬트리올과 근교의 한인 분들께서 지금 현재 ​어떤 생활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들어보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가감없이 공유합니다.

29살의 니나(가명) 씨는 한국에서 학원 강사 일을 했었다. 캐나다로 오게 된 건, 한국의 베스트셀러 소설 제목처럼 <한국이 싫어서> 떠난 것만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언젠가 한 번쯤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삶의 어느 순간, 지금이 아니면 영영 떠나지 못할 것 같은 마음이 찾아왔다. 8개월 전, 니나 씨는 그렇게 몬트리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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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셨었다고 들었는데, 한국에서 일할 때는 어땠나요?
 

전 한국에 있을 때 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쳤었어요. 돌이켜보면 참 몇 년동안 열심히 하기는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사교육 업계에서 일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고요. 휴가라고 해봐야 아이들 방학철인 여름에 3일, 겨울에 3일 쉬는게 다였고, 무엇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딱히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라고 느꼈어요.  

 

특별히 그만두고 싶을 만큼 큰 어려움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열정적으로 열심히 할 만큼 애정을 갖고 하던 일도 아니었죠.

- 그래서 유학을 알아보게 되신 건가요? 

 

​제 또래 친구들이 많이들 그렇겠지만, 저 역시 언젠가 한 번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거나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먹고 살다보니 좀처럼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2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되게 크게 다가왔어요. 지금이 아니면 못 나갈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언제 떠나도 떠날 거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거든요. 지금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이후엔 너무 늦어서 더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 하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는 결심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그렇죠. 주변에 말리는 사람도 있었고, 저 역시도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에요. 외국 나와서 잘 되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하지만 그 때 분명했던 건,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일단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나중에 할 후회도 후회인데, 무엇보다 그냥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안주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고 싶지 않았어요. 또 다른 세상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싶었달까. 개인적인 발전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매일 똑같은 현실, 비슷한 미래 속에서 답답해하지 않고 살 자신이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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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지역 중 몬트리올을 선택하게 되신 이유가 궁금해요.

전 사실은 처음부터 몬트리올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아는 분 중에 한 분이 "영미권 영주권들이 다 막히는 추세인데 그나마 퀘벡이 좀 쉽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 때부터 몬트리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일단 여기는 '프랑스어'를 해야겠더라고요. 프랑스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어요. 전 그게 좀 걸림돌이긴 했어요. 불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그치만 그 후로 호주나 영국, 미국 등등 여러 나라와 지역을 알아봤는데, 물가나 집세, 유학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차라리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해서 시험 성적을 받는 게 제일 빠르고 경제적인 코스라는 계산이 서더라고요.  

- 지금은 불어가 상당한 수준이시라고 들었어요. 학교 입학 시험도 합격하셨고요.

 

아니에요~ 저 프랑스어 잘 하는 거 아니에요, 전혀... 학교 입학은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꼭 프랑스어 잘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많이 늦었지만 합격 축하드립니다. 프랑스어 공부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몬트리올 오기 전에 한국에서 5개월 정도 미리 공부를 하고 왔어요. 그 때는 문법 중심으로 공부를 했었고요. 그래도 학원에서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던 직업이라 그런지 (웃음) 진도 나가고 자습하고 그러는 게, 전혀 다른 일 하던 분들에 비해서 좀 익숙하긴 했던 거 같아요. 몬트리올에 와서 어학원 다닐 때 그렇게 불어 문법을 좀 하고 온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었어요. 불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불어로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은 좀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ALI에서의 어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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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I 어학원에서 공부를 하셨었죠? 어학원은 어땠나요?

 

​네, 제가 ALI 어학원에서 정말 소처럼 공부했어요. (웃음) 여기가 숙제를 정말 많이 내주거든요. 학원에 한국 분들도 종종 계신데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말 어린 분들이 아니라면 한국에서 최대한 공부를 많이 해오는 걸 추천드려요. 레벨 올라갈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는 분들도 많이 봤어요. 숙제랑 시험이 레벨에 비례해서 급격하게 많아지거든요. 다시 한국 학원으로 돌아간 줄 알았어요. (웃음) 그래도 불어 실력 늘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분들한테는 최고의 학원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문법을 정말 잘 가르쳐요. ALI 최고의 장점이에요.  

- ALI 어학원 다니면서 또 다른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처음에는 남미 친구들 때문에 조금 뭐랄까... 힘들다고 하기 까진 조금 그렇지만 꽁기하다고 해야하나? (웃음) 그 친구들은 무슨 수업을 하든 훨씬 더 잘 알아듣고 말도 더 잘하거든요. 프랑스어랑 스페인어랑 비슷하다보니까 남미 친구들이 훨씬 더 빨리 늘어요. 공부는 한국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하는 데도요. 근데 거기서 기죽지 않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계속 열심히 참여하고 한 마디라도 더 보태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새 말이 늘게 되는 거 같더라고요. 대화 수업 시간에 한 마디라도 더 하려고 의식적으로 진짜 애를 써야해요. 열 몇 명이 되는 학생들 중에서 자기 말할 시간을 확보하는 건 자기 몫이에요. 어떤 사람은 두 시간 수업을 해도 3분도 말 못하고 지나가버리기도 하니까요.  

CSMB 기술전문학교

 - 지금 다니고 계신 학교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지금 CSMB(*몬트리올 불어공립교육청)에 소속된 기술전문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고 있어요. 1년 반동안 공부하는 과정이고, 졸업하면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같은 과에는 이민 신청을 위해서 입학한 유학생들도 있지만 디자인 배우러 온 현지인들도 많은 편이에요. 

불어 학교이기 때문에 수업은 모두 프랑스어로 진행돼요. 이 학교는 다른 입학 조건은 특별한 게 없는데, 불어 어학 조건이 있고 그래픽 디자인과는 다른 과보다 커트라인이 높아요. CSMB 산하 어학원에서 레벨 6을 마치거나 프랑스어 어학점수 B2를 갖고 있어야 하거든요. 아니면 학교에서 치르는 자체 입학 시험을 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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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나 님께서는 자체 입학 시험을 통과하시고 입학하셨는데요, 불어공립교육청 기술전문학교 입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입학 시험에 대해 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시험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편안하고 배려받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어요.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날 시험을 치러 온 학생이 저 밖에 없더라고요. (웃음) CSMB 기술학교 입학 시험은 오로지 불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고요, 4가지 과목을 봐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각 과목마다 시험관의 동의를 구하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됩니다.

 

처음에 자리에 앉으면 일단 간단히 인사하고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물어봐요. 한 5분 정도? 예를 들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몬트리올에 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지금 어느 동네에 사는지 등등의 질문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건 시험은 아니구요, 그냥 시험 보기 전에 본인 확인하고 긴장 풀어주는 스몰 토크라고 보시면 돼요. 

- 본격적인 시험은 말하기 과목부터 시작되는 것 같네요?

네.  시험관이 종이를 한 장 주는데, 거기 상황 설정이 되어 있어요.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을 잘 읽고 지시에 따라 시험관과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에요. 혹시 문제가 이해되지 않았다면 시험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 시험은 한 10~15분? 정도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그 다음에 듣기 시험을 쳤는데요, 먼저 시험지의 지문부터 읽을 시간을 천천히 줘요. 그리고 제가 문제를 충분히 이해한 걸 확인한 후에 녹음된 지문을 들려주세요. 듣기 시험의 지문은 총 2번 들을 수 있고요. 문제를 풀 시간도 충분히 줍니다. 그리고 혹시 한국인 학생들이 더 많아진다면 시험장에 불한사전을 구비해 놓을것이라고까지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각각 읽기, 쓰기 시험이 진행되는데요,  읽기는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전형적인 읽기 시험이에요. 모든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고 전체적인 문맥을 이해하고, 문제가 무엇을 묻는지 정확히 파악하면 답을 맞힐 수 있어요.

쓰기는 친구에게 편지쓰기가 과제였고, 손글씨로 A4용지 2/3 정도 썼던 것 같아요. 

시험을받는 학생

 - 프랑스어로 전문 기술을 배우는 학교를 다니고 계신데, 어떠세요? 공부가 많이 어려운가요?

 

글쎄요, 이건 워낙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네요. 불어만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만일 영어를 잘 하시는 분이시라면 불어도 좀 빨리 배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슷한 어휘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해도 프랑스어가 분명히 다른 언어이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는 벽에 부딪히게 돼요. 언어라는 게 결국은 얼마나 자주 사용하냐, 이걸로 실력이 결정되는 건데 영어를 할 줄 알면 분명히 불어는 덜 사용하게 되는 측면도 있거든요. 

아, 그리고 말을 많이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반에는 진득하게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해요. 불어라는 언어가 규칙도 많고 성수 일치나 동사변화 등등 외워야할 것도 많은 언어니까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것마냥 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기도 하고, 시간을 많이 들여야하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 몬트리올의 전반적인 생활에 대해서도 좀 여쭤보고 싶어요. 여기 살면서 제일 좋은 점은 뭘까요?

남의 눈치 안봐도 된다는 점? 아무래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까 조금 더 느긋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어요. 다른 사람 시선에 너무 신경쓰지 않게 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 반대로 몬트리올에 살면서 가장 나쁜 점은 또 뭘까요?

 

한인사회가 의외로 좁다는 점. 앞서 남의 눈치 안봐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한인들끼리는 그래도 조심을 해야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게 아직 저는 모르는게 많아요. 온 지 아직 1년도 안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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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계신 분들은 몬트리올의 추위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요, 몬트리올의 첫 겨울은 어떠셨어요?

제가 처음 몬트리올 왔을 때가 한겨울이었어요. 근데 그 때 저는 항상 너무 긴장을 하고 다녀서 겨울이 추운 줄도 모르고 얼레벌레 지나가긴 했어요. 다른 분들은 많이 춥다고들 하시고 초반에 감기들도 많이 걸리세요. 물론 저도 한번 걸렸고요. 근데 건강만 조심하시면 겨울도 특별히 나쁘지는 않아요. 눈이 내리는 풍경은 아주 예쁘기도 하고요. 아주아주 느리기로 유명한 응급실 실려가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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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 중 바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니나 님께 감사드립니다. 좁은 한인 사회의 특성 상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하여 본명과 자세한 신상을 밝히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EW 네트워크 유학센터에서는 인터뷰에 참여해주실 학생 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EW 네트워크 유학센터 사무실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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